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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라 마디간

yoonwoonam 2004. 9. 14. 15:06

엘비라 마디간 (Elvira Madigan)

1967년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감독은 보 비델베르그(Bo Widerberg)

주연은 토미 베르그만과 피아 데게르마르크가 맡았다.

 

이 영화는 1889년 있었던 실화를 토대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스웨덴의 젊은 장교인 식스틴 스파레(Sixten Sparre)는 서커스단에서 줄을 타는

엘비라 마디간(Elvira Mardigan)과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이 있던 곳을 탈출해서 사랑의 도피를 시작한다.

가진 것이 없는 둘은 너무 배가 고파 산딸기를 따 먹어야 할 정도지만 함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사회의 인습과 규율을 어긴 두 사람은 이제 어느 곳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이 쫓기는 신세가 된다.

 

" 내가 행복하냐고? 행복할 권리가 있을까?  우린 다른 사람들이 살아보지 못한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거야. 누구나 새로운 인생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어.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감히 인정해야 하는 그런 때가.. "

 

"전쟁요. 전쟁. 겪어본 적이 없죠? 군인이면서도 자기직업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 같에요.

군인의 일이란 전쟁인데 말입니다. 난 우리 서커스단에서..2년 전 1871년요.

천막이 폭탄에 맞아 동물이 산채로 불타 죽은 것을 보았어요.

난 전쟁이란 으스대는 행렬이 아니라  살이 타는 냄새같아요."

 

둘은 신문을 보다가 엘비라가 서커스단을 도망쳐 나왔다는 기사를 보며 함께 웃는다.


"....엘비라가 사라졌다. 한 눈에 엘비라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팽팽히 감겨진 바이올린 현처럼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뿐히  걸어 나갈 때는 비단같은 머리칼이 하늘거리고.

이 세상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요정을 보는 것 같다..." 

 

식스틴의 도피를 만류하러 온 친구와의 대화

 

 "우리가 왕 앞에서 행진할 때 말이야. 말발굽 소리가 달가닥거리고, 총검이 번쩍거리지.

그런데 그 칼이 사람의 창자를 찌르러면 몇 겹의 피부를 통과하여야 하는지? 내가 말해볼까.

표피, 진피, 내피, 그 다음 엷은 지방질, 그리고 근막. 근막은 근육조직을 둘러싸고 있는거지.

그 근육조직을 그걸 통과해야만 해. 그제서야 .칼이 배 안에 들어가게 되는 거야.

그럴러면 피부를 층층이 다 알아야 해. 그러니까 우린 근시안이 되어야 해. 시야가 좁은 근시안."

 

"저 여자가 너의 시야를 좌우하고 있는거니.?"

 

"음..사랑이란 그건 네 말이 맞다. 사랑이란 글쎄, 그런게 아닐까. 서로의 눈을 보고 ..

 보고 아는 것 말이야..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살고 있는지 서로 알고 싶어 하는거야. 그것이 사랑이야.."

 

북유럽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만이 조용히 흐른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게 옮긴다면 바로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다룬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서 엘비라 마디간 역을 맡았던 피아 데게르마르크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후, 이후 다른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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