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블로그 대문에 "주어진 인연을 사랑하고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그냥 그렇게 바람부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글을 올리고 한동안 많이 아팠다.
그저 아무런 희망없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그냥 주어진대로의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가 하는 조금은 비참한 마음과 함께...
오늘 기억과 기록에관한 짧지만 마음에 와닿는 글이있어 포스팅한다.
나는 잊고 싶지않은 기억을 추억하기 위해 블로그에 기록을 한다. 때로는 공개로 또 어느것은 비공개로...
기억에 관하여
기억상실증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각각 특정한 상황을 주고 상상하도록 하는 실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눈앞에 바다가 보인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 지금 모래사장 위에 서 있고요.
앞에 무엇이 보이는지 3분간 상상해 보세요.”
의사가 요청하자 정상인 피험자들은 다양한 상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지요.
‘저물어 가는 태양, 키스하는 연인들, 달리는 아저씨, 갑자기 나타난 상어, 아이들…’
상상의 분위기는 더 고조되어 엽기적인 상황이 나오기도 하고
평소 꿈꾸던 이상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달랐습니다.
"온통 파래요.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그들은 미래를 상상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이 실험결과는 기억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알려줬습니다.
정재승 교수는 이를 “기억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라고 해석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기억은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메멘토>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0분 만에 기억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끊임없이 메모를 합니다. 10분 뒤의 자신에게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면서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대사를 남깁니다.
저는 오래 전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사회를 떠올렸습니다. 우리 사회가 참혹한 순간도
영광의 순간도 성찰하는 끈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끊임없이 망각하면서 겪었던 고통을 다시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기억하기 어렵다면 기록하면 됩니다. 과거를 잊은 다음 세대에게,
또는 다음 해의 우리에게 지금의 기억을 기록해 남겨두면 됩니다.
그런데 걱정도 있습니다. 이 기록은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기억을 담은 것이 맞을까요?
누군가에 의해 부풀려지거나 축소된 기억은 아닐까요?
그래서 기록은 함께 해야 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일수록 더욱 함께 해야 합니다.
함께 기록하는 데서 위대함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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